2026년 09월 30일 — ※ 본 원고는 실제 연설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은 세계가 하나로 모이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분열과 파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진정성 없는 태도가 좋은 아이디어를 밀어내고, 힘의 논리가 국제법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이들조차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 활동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이러한 흐름은 특히 위험합니다. 또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류가 초연결성의 위험과 막대한 자본의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글로벌 리더십의 참담한 붕괴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도 바로 이 문제입니다. 전쟁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위험이 서로 중첩되며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정치적 의지와 재정적 투자, 언론의 관심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제가 영국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관리하는 ‘적응(adaptation)’에 대한 논의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완화(mitigation)’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기후변화 완화의 실패와 한계로, 완화와 적응을 동시에 시급히 추진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기후 적응은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올해, 유럽에서 에어컨이 더 필요하다는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의 가뭄이나 사헬 지역의 사막화, 소말리아의 식량 불안정보다 훨씬 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25분 동안, 이 관점을 한 번 뒤집어 보려 합니다. 오늘 제가 할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사람들에게, 에어컨을 더 늘리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되지 않습니다.
이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집이 쾌적한지가 아니라, 가족에게 안전한 거처가 있는지입니다. 기차가 제시간에 오는지가 아니라, 수확 자체가 가능한지가 문제입니다. 물 사용이 제한되는지가 아니라,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식수가 있는지입니다. 또한 단순히 기온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아니라, 상승하는 기온이 분쟁과 빈곤, 정치적 취약성과 맞물려 어떻게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지가 이들의 문제입니다.
분쟁과 기후위기의 중첩
유럽에서 극심한 폭염의 위협은 현실이 되었으며, 실제로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들은, 분쟁과 극심한 불안정을 겪는 지역들과 갈수록 겹쳐지고 있습니다. 그곳에 사는 이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준 사람들입니다. 화석연료를 태운 것도 아닌데, 이들의 농장과 가축들은 강수량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됩니다. 정작 디젤과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사회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이들에게는 기후 적응을 위한 재원도 가장 적게 돌아갑니다. 사람과 지구를 위한 공동의 과제가 되어야 할 문제인데도, 서로 다른 사회 운동, 기관, 재원 흐름, 체계들이 각각 별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현재 분쟁 영향국 사람들의 거의 전부인 8억 6천만 명은 기후 취약성이 가장 높은 상위 25% 국가들에 살고 있기도 합니다. 2025년 한 해에만, 기후재난에 가장 많이 노출된 30개국 중 22개국이 폭력 분쟁을 겪었습니다. 기후충격으로 2030년까지 1억 3천만 명 이상이 극심한 빈곤에 빠지고, 전 세계 극빈층의 60%가 취약국가나 전쟁 지역에서 살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국가들은 기후위험에 더해 제도적 기반 약화, 영토 분열, 빈곤, 대규모 강제이주와 같은 분쟁의 여파까지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농업은 전체 경제 생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관개시설이 갖춰진 경작지는 극히 일부입니다. 기온이 상승하면 증발량이 많아지고 토양은 메마릅니다. 강수량은 더욱 불규칙해지고, 작물 수확량은 감소합니다. 가축들은 고온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집니다. 가계소득도 줄어듭니다.
뒤이어 식량 가격이 오르면 가족들은 자산을 팔고, 어린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급수시설과 우물은 말라갑니다. 영양실조와 안전하지 않은 식수, 식량 불안정이 동시에 닥치고, 결국 사람들은 이주합니다. 그리고 다음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더욱 약해집니다.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정치, 경제, 분쟁이 작동하는 환경을 바꿉니다. 또한 기후 스트레스와 분쟁은 인과를 일으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기후변화는 농업에 피해를 입히고, 토지와 물을 둘러싼 경쟁을 심화시키며, 이주와 이동의 양상을 변화시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분쟁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한편 분쟁은 지역경제를 무너뜨리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더욱 높입니다.
소말리아의 최근 역사는 이러한 위험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2년 가뭄으로 4만 3천 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고, 2023년에는 엘니뇨가 일으킨 홍수로 250만 명이 강제로 이주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슈퍼 엘니뇨가 다시 소말리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기후 현상의 영향과 동시에, 무장단체들이 상당한 규모의 농촌 지역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도적 접근을 여러 차례 제한한 적도 있으며, 물에 대한 통제권을 세금 징수나 처벌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소말리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제적십자·적신월사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에 따르면, 전 세계 2억 명이 무장 반대세력의 통제하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단에서 아프가니스탄, 중부 사헬과 차드호 유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분쟁은 기후변화 속에서, 그리고 기후변화는 분쟁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기후 적응의 필요가 가장 큰 이 국가들이 오히려 가장 적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제 체계는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기후 적응, 빠져 있는 연결고리
오늘날 기후 적응 재원은 유엔 사무총장이 ‘전체 기후 재원의 50%를 적응에 배정해야 한다’고 발표한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전체 기후 재원 자체도 부족한 상태인데다, 그나마 확보된 재원조차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고강도 분쟁 지역의 기후 적응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은 1인당 연간 3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빈개도국 전체에 지출되는 1인당 금액보다도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원조 체계 자체가 기후, 인도주의, 개발이라는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인도주의 재원은 분쟁 영향 지역사회에 지원되는 반면, 기후와 개발 재원은 정부로 향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기후 재원이 가장 지원이 절실한 취약 지역보다 안정적인 국가의 행정 체계와 제도를 중심으로 배분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설계상의 실패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재원이 너무 늦게 집행된다는 점입니다. 가축이 썩고,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사회가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긴급 지원 요청이 시작됩니다. 조기경보 체계가 투자 대비 10배의 효과를 낼 수 있고, 폭풍이나 폭염 24시간 전에 경고가 이루어지면 인명과 자원 손실을 약 30% 줄일 수 있다는 증거들이 이미 있는데도 말입니다.
글로벌 기후적응위원회(The Global Commission on Adaptation)는 맹그로브 보호와 수자원 회복탄력성 강화 등을 포함한 주요 회복탄력성 5개 분야에 전 세계적으로 1조 8천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7조 달러 이상의 순편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합니다.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약 4달러의 효과가 돌아오는 셈입니다.
모든 것이 계속 이대로일 필요는 없습니다. 기후 적응의 비전은 이 악순환을 뒤집는 것입니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회복력을 높이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며,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를 기후충격이 가져올 최악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은 여기에 더해 ‘평화 배당’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꼭 필요한 추가적인 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네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인식: 신속한 대응이라는 인도주의적 책무에 선제적 대응을 더해야 합니다.
전달 체계: 분쟁 상황에서는 지원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핑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프로그램: 복잡한 분쟁 환경에서 효과성이 입증된 기후 적응 방안이 없다는 통념을 깨야 합니다.
재원: 감당 여력이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전통적인 원조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재원을 찾아야 합니다.
기후 적응을 위한 행동
제가 ‘인식’을 먼저 이야기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식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신속한 대응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미사일 공격이 발생한 지 단 몇 시간 만에 이동식 의료팀이 현장에 투입됐고, 레바논에서는 전쟁 발발 후 수일 내에 현금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신속한 대응은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갖춰졌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우리는 기후재난이 앞으로 발생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 위기가 닥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다가오는 충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재원 지원이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시작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제구조위원회의 ‘팔로우 더 포캐스트(Follow the Forecast)’ 접근법은 장기 계절 예보를 활용해 기후위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파악하고, 이러한 예측을 조기 대응으로 연결합니다.
소말리아에서는 가뭄 예보와 현금 지원, 질병 감시 체계를 결합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 콜레라 위험 지역을 파악하고 식수 체계를 복구하는 한편, 가구들이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현금 지원도 제공했습니다.
차드에서는 홍수 예측과 콜레라 모니터링을 결합해 식수·위생 및 공중보건 대응을 보다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전 약정 재원은 전체 위기 대응 재원에서 단 1.2%에 불과합니다. 2024년 취약국가들에 돌아간 금액은 전체 사전 약정 재원의 7%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최악의 기후충격 영향이 나타나기 전에 확보·집행하는 사전 대응 재원은 이보다도 적어, 2024년 국제사회의 사전 약정 재원 가운데 2%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전 대응에 투자한 1달러로 손실을 방지하고 추가 편익을 창출함으로써 7달러의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현재 인도주의 예산 사전 대응 배정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뿐이며(5%), 전 세계 평균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5년 전체 원조 예산 1,740억 달러 가운데 사전 대응에 투입된 금액은 1억 2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공여기관이 기후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사전 대응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해야 합니다.
지원 전달 체계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기후 재원 체계는 국가와 정부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거나 때로는 의도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이유로, 시민사회, 현지 단체, 인도주의 기구가 기후 재원 체계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고려되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 지원을 전달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은행과 다른 다자금융기관들은 기존의 매우 제한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현재는 정부와 독립적으로 재원을 받고 지역사회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 유엔이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가 성과를 낼 수 있는 모든 기관과 협력하겠다는 원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취약성·분쟁·폭력(FCV) 전략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진전시키려는 리더십의 의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여기관 역시 원조 재원의 흐름을 훨씬 더 투명하고 성과 중심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프로그램에 투입된 항목들을 형식적으로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성과와 책임성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이 31개 취약국 및 분쟁 영향국에 20억 달러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시민사회가 이러한 재원 전달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이미 성과가 확인됐고 더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사례들이 다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분쟁 지역의 실제 상황을 반영해 현지 지역사회와 공동 설계되며, 위기 환경 및 고위험 집단이 마주한 구체적인 문제에 맞춰 운영됩니다. 단순한 기후 적응을 넘어서는 접근입니다.
지금부터,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확대할 수 있다고 확인한 네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사전 대응은 위기 발생까지 기다리는 대신, 예측을 통해 미리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계절성 홍수가 발생하기 전 사전 현금 지원을 제공해, 가족들이 소규모 사업을 지키며 생존을 위해 자산을 처분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가뭄 전 현금 지원을 제공해, 가구들이 붕괴된 목축 생계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고 기존의 생계수단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후 대응과 사전 대응의 차이입니다. 하나는 손실이 발생한 뒤에 다시 복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손실이 일어나기 전부터 막는 것입니다.
- 국제구조위원회의 종자 안보 프로그램도 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무너진 제도가 복구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생계의 핵심 연결고리를 미리 보호하고 재건하는 것입니다. 시리아 북동부에서는 매 계절마다 종자를 배포하는 대신, 농민들이 기후에 더 잘 적응하는 종자를 직접 선별하고 증식해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역사회가 농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헥타르당 수확량은 지역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으며, 2025년의 가뭄 속에서도 프로그램 외부에서 재배한 작물보다 수확량이 20% 높았습니다. 기존 체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계 자체를 재건함으로써, 원조 의존도를 낮추고 종자 안보에 대한 지역사회의 주도성을 회복시키고 있습니다.
- 기후위기는 곧 식수 안전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홍수는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가뭄은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몹니다. 대부분의 인도적 염소 소독 지원은 일시적이며, 특정한 감염병 유행이나 프로젝트에 연계돼 있어 재원이 끊기면 함께 중단되고 맙니다. 안전하지 않은 식수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으며, 어린이만 하루 1천 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설사성 질환과 콜레라를 예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개입 가운데 하나는 관로 내에 염소 소독제를 주입하는 것인데, 국제구조위원회는 이를 상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전기가 필요 없는 소형 장치가 염소를 자동으로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이 장치는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 않으며, 다른 기반 체계가 무너지는 충격 속에서도 계속 작동 가능합니다. 현재 나이지리아, 차드, 소말리아에서 위기의 영향을 받는 175만 명 이상에게 이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 이 모델은 1인당 연간 약 1달러의 비용으로 안전하게 식수를 염소 소독할 수 있으며, 앞으로 공공·캠프·지역사회가 관리하는 식수 공급 체계를 통해 더 큰 규모의 지원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대부분의 핵심 서비스에는 전력이 필수적입니다. 진료소는 전기가 없으면 백신을 냉장 보관할 수 없고, 농민들은 전기가 없으면 물을 퍼올릴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는 전력 공급을 양쪽에서 압박합니다. 폭염으로 냉방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전력망에 부담이 가고, 더 많은 지하수를 끌어올릴 전력이 필요한 바로 그 시점에 가뭄으로 수력발전량이 줄어듭니다. 디젤 발전에 의존하는 지역에서는 분쟁이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됩니다. 연료가 부족해지면 아무런 예고 없이 전체 체계가 멈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이미 에너지 전환에서 소외된 지역들을 더 강력하게 타격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7억 3천만 명이 여전히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85%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태양광 기술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고 비용도 어느 때보다 낮아졌습니다. 문제는 체계입니다. 시장 기반은 취약하고 인프라는 열악하며, 재원 지원 주기는 앞으로 수년간 유지될 전력 시스템이 아니라 당장 오늘 사용할 디젤 발전기 한 대의 비용을 지원하는 데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구조위원회는 현지 운영 주체들이 디젤 펌프를 태양광 펌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분쟁과 가뭄으로 연료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시스템을 계속 운영할 수 있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이 사업을 통해 시추공 식수 공급 비용을 1인당 연간 10달러에서 4달러 미만으로 낮췄습니다. 이곳에서 태양광 활용은 단순한 기후변화 완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지역에 기반하며,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선택이기 때문에 기후 적응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행동이 필요한 분야는 재원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모델을 뒤집어, 기후 적응 재원의 대부분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분쟁 영향 지역사회로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일부 분쟁 영향 지역사회에서는 공식 경제의 최대 3분의 1이 원조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다 안정적인 중소득국에서는 그 비중이 1%에도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전 세계 극빈층 가운데 취약국 및 분쟁 영향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반영해, 기존 원조의 최소 60%가 이러한 국가에 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존 원조의 배분은 다른 재원과도 결합되어야 합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특히 다음 세 가지 수단을 우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사전 약정 재원의 선도적인 수단인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입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영국 외무부 산하 영연방 개발사무소(FCDO)의 지원을 받아 케냐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지속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수형 보험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모델입니다. 사전에 합의된 발동 기준에 도달하면 가구에 현금 지원이 제공되며, 어린이들이 문해 및 수리 능력 같은 핵심 기초학습 능력을 잃지 않도록 원격학습과 보호 지원도 함께 제공됩니다. 이미 가뭄으로 두 차례 보험금이 지급되어 7,600가구 이상에 현금 지원을 제공했고, 2만 8천 명에게 원격교육을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영국과 브리지타운 이니셔티브(Bridgetown Initiative)는 2035년까지 사전 약정 재원의 비중을 전체 위기 대응 재원의 20%로 높이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영국의 G20 의장국 수임은 이 약속을 현실로 만들 중요한 기회입니다.
둘째는 부채 스왑입니다.
환경 분야의 부채 스왑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효과와 방식에 대해 논쟁 또한 이어져 왔습니다. 기본 개념은 단순합니다. 고금리·저가치 부채를 매입하거나 상환하고, 정치적 보증을 통해 낮은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절감액을 환경 목적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34억 명의 사람들이 의료나 교육보다 이자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국가에 살고 있음에도, 인도주의 목적의 부채 스왑은 아직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자연보전 연계 부채 스왑을 위해 개발된 메커니즘을 인도적 필요에도 적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다자개발은행과 개발금융기관의 보증을 활용해 차환 비용을 낮추고, 정부 및 시민사회와 협력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절감액이 기후 적응을 포함한 인도적 우선순위에 사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자연재해 발생 이후 부채 상환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기후 회복탄력성 부채 조항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분쟁 영향 지역에서 현지 민간 부문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분쟁 상황 속에서 현지 기업들은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발금융기관은 위험 완화와 거래 협상, 기술 지원 등에 원조를 활용해 민간 재원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영국국제투자공사(British International Investment)의 새로운 전략은 2031년까지 신규 투자의 40%를 기후 재원으로 배정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5%를 ‘프런티어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결합하면 원조를 활용해 최빈개도국에 더 많은 재원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투자는 민간 자본이 자발적으로는 유입되기 어려운 지역에 우선 투입되어야 합니다.
결론
오늘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열된 세계이자 유럽의 에어컨 문제 뉴스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실제로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한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두 달 뒤 세계 정상들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COP31에 모입니다. COP31은 취약국가가 기후 재원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입니다. 국제회의에서 선언과 발언에만 그치지 않고, 일 년간 지속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바이와 바쿠에서 나온 선언과 성명을 바탕으로, 관료적 절차 간소화, 현지 역량 투자, 위험 산정 방식 재조정, 혁신 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들을 위한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해야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