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조위원회(IRC)는 연쇄 지진 이후 이미 한계에 다다랐던 베네수엘라의 의료체계가 급증한 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가 피해 지역을 조사한 결과, 의료시설 20곳이 필수 의료물품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피해 지역의 인구는 170만 명이 넘지만 의료 인력은 1,038명에 불과해, 의료진 1명이 약 1,700명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의료체계는 지진 발생 이전부터 의료 장비와 의약품이 부족했고, 전력 공급도 불안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1만 6천 명이 넘는 부상자에게 응급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취약계층의 지속적인 의료 지원 수요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제구조위원회 베네수엘라 지진 긴급대응 총괄 라파엘 벨라스케스 가르시아(Rafael Velasquez Garcia)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번 위기의 두 번째 단계가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자연재해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빠르게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향민이 늘어나고 의료 인프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인성 질환과 호흡기 질환까지 확산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일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응 역량은 그 어느 때보다 부족합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지더라도 의료체계가 회복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콘크리트 분진과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으로 인해 건물 잔해 지역의 공기질은 심각하게 악화됐습니다. 여기에 식수 공급과 위생 환경까지 악화되면서, 국제구조위원회는 수인성 및 공기 매개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기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수록 이러한 감염병 확산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지진으로 병원 38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인 라과이라의 거점 병원은 지진 발생 하루 만에 수용 능력을 초과했으며, 구호물자가 도착하고 있음에도 의료 자원은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병원들이 지진 피해 생존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이동 의료팀에는 비응급 진료와 산전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를 직접 입지 않은 주민들까지도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장 수색과 구조 작업은 점차 마무리되고 있지만,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현장팀은 가족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공원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고 있어 환자를 찾고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집을 잃은 가족들이 점차 도심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전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시급하며, 필요한 지원 역시 계속되어야 합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의료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정형 진료시설과 이동 의료팀을 함께 운영하며 대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향민과 고령층,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그리고 의료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구조위원회는 호흡기 질환과 수인성 질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 열대의학연구소(IMT) 세균학 실험실의 재가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본 위생 키트와 정수 키트 수백 세트를 확보해 피해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