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서부의 주요 상업 중심지인 신단드 바자르(Shindand Bazaar)에 살던 아프사나 가족은 3년 전, 계속되는 분쟁과 물가 상승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프사나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립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가족은 헤라트의 한 외딴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그곳은 병원과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근처에 식수를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년째 이어진 가뭄으로 농사마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프사나는 가족의 생계를 이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아프사나 가족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농사짓기 쉽지 않은 지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자, 이제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아프사나 가족은 건조한 기후로 인해 농사짓기 쉽지 않은 지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자, 이제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아프사나는 야칸 도우지(Yakhan Dowzi)를 만듭니다. 야칸 도우지는 모든 과정을 손으로 수놓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자수입니다. "자수 하나를 완성하는 데 두세 달이 걸려요." 그녀는 고된 작업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나를 완성해도 적게는 600 아프가니(약 8유로, 약 13,000원)밖에 받지 못할 때도 있어요." 자수로 버는 돈만으로는 네 아이를 먹여 살리기 어려운 날이 많습니다. 그럴 때면 시어머니에게 밀가루를 빌리고, 이웃에게는 요구르트를 얻어 아이들에게 먹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프사나 자신은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습니다.

아프사나 가족의 점심 식사는 수박과 빵 몇 조각이 전부입니다. 음식을 충분히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적은 양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많습니다.
아프사나 가족의 점심 식사는 수박과 빵 몇 조각이 전부입니다. 음식을 충분히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적은 양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많습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아들의 병을 지켜보며

생후 7개월 된 아들 사힐의 체중이 줄기 시작하고 날이 갈수록 기운을 잃어가자, 아프사나는 곧바로 그 징후를 알아차렸습니다. 이미 첫째 아들 알라우딘을 생후 6개월에 영양실조로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 아이도 잃을 수 있겠구나.'" 아프사나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합니다. "아이는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으면서 몸이 점점 더 마르고 쇠약해졌어요. 체중도 계속 줄어들었죠."

첫째 알라우딘이 아팠을 때는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 이슬람 명절) 기간이었습니다. 당시 아프사나는 가족과 떨어져 다른 도시에 홀로 있었고, 집으로 돌아갈 교통비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는 아이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너무 말라서 알아볼 수조차 없었어요. 이미 죽은 아이처럼 보일 정도로 그렇게 야위어 있었죠." 

아프사나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전통 수공예 자수를 판매합니다.
아프사나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전통 수공예 자수를 판매합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첫째를 먼저 떠나보낸 뒤, 둘째 사힐마저 같은 증상을 보이며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프사나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었습니다. 사설 병원은 진료비가 너무 비쌌고, 가장 가까운 도시의 진료소를 찾아가려 해도 적지 않은 교통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아프사나에게는 어느 쪽도 감당할 돈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에게 맹세코, 사힐이 울면 저도 울어요. 돈이 없는데 아이가 아프면요." 그녀는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 보았습니다. 이웃과 약국에서 분유를 한 통씩 빌려 아이에게 먹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사힐의 체중은 계속해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 의료 담당자가 아프사나 어머니의 집을 방문해 마을에 국제구조위원회 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얼마 후 아프사나는 이모와 함께 진료소를 찾았습니다. "의사와 진료소가 우리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고, 희망이 생겼어요." 아프사나는 처음 진료소를 찾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EU 지원을 받은 국제구조위원회 진료소에서 한 간호사가 사힐의 영양실조 회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팔둘레(MUAC)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MUAC 측정 테이프는 영양실조를 발견하고 생명을 구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검사 도구입니다.
EU 지원을 받은 국제구조위원회 진료소에서 한 간호사가 사힐의 영양실조 회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팔둘레(MUAC)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MUAC 측정 테이프는 영양실조를 발견하고 생명을 구하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검사 도구입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집 가까이에 찾아온 치료

사힐은 EU 지원을 받는 국제구조위원회 진료소에 등록된 후 진료를 받았습니다. 급성 영양실조 진단이 내려졌고,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의료진은 즉시 사용 가능한 영양실조 치료식(RUTF)과 미량영양소 보충제, 기본 의약품을 제공했으며, 아프사나에게도 집에서 사힐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또한 국제구조위원회 의료진은 사힐의 회복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기 추적 진료 일정을 예약해 주었습니다.

그 후 두 달 동안 아프사나는 정기적으로 진료소를 찾았고, 등록카드에는 방문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집에서도 아이의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안내받은 대로 치료식을 먹이면 사힐이 잘 먹고, 훨씬 차분해져요. 그리고 편안하게 잠이 들어요."

EU 지원을 받는 국제구조위원회 진료소에서 약사가 즉시 사용 가능한 영양실조 치료식(RUTF)을 들고 있습니다. RUTF는 영양실조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식입니다.
EU 지원을 받는 국제구조위원회 진료소에서 약사가 즉시 사용 가능한 영양실조 치료식(RUTF)을 들고 있습니다. RUTF는 영양실조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식입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정기 진료를 받던 중, 아프사나는 자신 역시 지금껏 심한 치통을 참고 지내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치료비가 없어 밤마다 턱에 소금을 대고 통증을 견뎠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진료소에서는 아프사나에게 필요한 약을 처방해 주었고, 치료를 받은 뒤 밤새 통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치통이 회복되었습니다.

매주 아이의 추적 진료를 위해 EU 지원을 받는 국제구조위원회 의료 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아프사나 자신도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매주 아이의 추적 진료를 위해 EU 지원을 받는 국제구조위원회 의료 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아프사나 자신도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사힐의 회복 여정

이제 사힐은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진료소에서 받은 지원 덕분에 아이 건강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아프사나는 사힐을 세심하게 살피며,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며 “정말 행복해요.”라고 말합니다. 사힐은 이제 옹알이를 시작해, 자신만의 말로 엄마를 부릅니다. "’아디, 아디’라고 하네요. ‘엄마’라는 뜻이에요." 아프사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마음이 벅차도록 기쁩니다."

사힐이 집에서 영양실조 치료식(RUTF)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여요." 엄마 아프사나가 말했습니다.
사힐이 집에서 영양실조 치료식(RUTF)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여요." 엄마 아프사나가 말했습니다.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이제 아프사나는 아들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힐이 아팠을 때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던 꿈입니다. 아프사나는 이렇게 전합니다. "아이가 자라면 학교에 보내고 싶어요. 의사가 될 수도 있고, 진료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사업가가 될 수도 있겠죠. 무엇이 되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며,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소망입니다."

EU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제구조위원회의 아프가니스탄 영양 지원 프로그램

국제구조위원회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주 전역에서 통합 의료·영양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4개의 고정형 의료시설과 1개의 이동 의료·영양팀을 통해 강제이주민과 귀환민, 그리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무료 1차 의료서비스와 영양실조 치료, 정기적인 경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의료 접근성이 가장 낮은 오지와 소외 지역까지 찾아가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단드(Shindand) 지역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코샤(Kosha) 국제구조위원회 의료 센터 입구의 모습.
신단드(Shindand) 지역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코샤(Kosha) 국제구조위원회 의료 센터 입구의 모습.
Photo: 압둘 칼리크 세디키 / 국제구조위원회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안정적인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의료 지원뿐 아니라 보호 서비스와 긴급상황 교육(Education in Emergencies, EiE)도 함께 제공합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활동을 바탕으로, 지역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사회가 스스로 서비스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린이의 생존 여부가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함께하는 국제구조위원회의 활동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유럽연합(EU)과 협력해 전 세계 분쟁과 재난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U 지원을 받은 국제구조위원회의 활동들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생존하고, 회복하고,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