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관식(박보검/박해준 분) 엄마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오민애 홍보대사. 케냐에서 국제구조위원회와 함께 배우가 아닌 한 여성이자 엄마로서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말로만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이번 케냐 방문을 통해 얻은 경험들이 또 다른 삶을 살게 해주었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 오민애 홍보대사가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만난 엄마들의 이야기.
그 현장으로 지금 출발합니다.

케냐 카쿠마 캠프에서 만난 현실

직접 가본 카쿠마 난민캠프의 상황은 어떠셨나요?

그동안 아프리카나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많이 접해왔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직접 가서 현실을 보고는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카쿠마 난민캠프는 인구수가 30만 명이 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난민캠프라고 들었어요. 오래된 캠프니까 어느 정도는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너무 달랐어요. 캠프 안에는 자유로움이 전혀 없었고, 안전이나 인권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저 생존을 위한 곳이었어요. 

케냐 카쿠마 캠프 전경
케냐 북서쪽에 위치한 카쿠마 난민캠프는 1992년에 수단의 소년 난민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그리고 다양한 나라에서 분쟁을 피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Photo: 국제구조위원회

우리에게 엄마나 아기라는 단어는 미소 짓게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인데 카쿠마 캠프에서의 엄마와 아기가 처한 상황은 180도 달랐습니다. 엄마와 아기들의 안전함은 생각할 수 없는 곳이었어요. 그냥 막연히 ‘힘들겠지’ 했던 게, ‘이렇게까지 힘들 수 있구나’로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그때부터는 보는 것 하나하나가 다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냥 안타까운 게 아니라, 너무나도 절박한 현실이었어요.

국제구조위원회가 운영하는 카쿠마 난민캠프에 위치한 유일한 종합병원인 아무사이트병원에서 엄마와 신생아들을 만난 오민애 홍보대사
국제구조위원회가 운영하는 카쿠마 난민캠프에 위치한 유일한 종합병원인 아무사이트병원에서 엄마와 신생아들을 만난 오민애 홍보대사
Photo: 국제구조위원회

현지에서 어떤 일정을 보내셨나요?

현지에서 의료 시설을 둘러보고, 엄마들과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그분들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함께하려고 노력했어요. 함께 물을 길러 가기도 하고, 빨래를 도와드리기도 하면서 그분들이 매일 겪는 무게를 아주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3자가 아닌 나에게 그들의 아픔이 전달되는 순간이었어요.

희망을 놓지 않는 엄마, 클라우딘 이야기

기억에 남는 엄마가 있으신가요?

클라우딘(36)이라는 엄마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브룬디에서 분쟁으로 남편을 잃고 내전을 피해 르완다, 콩고, 남수단을 거쳐 결국 카쿠마 캠프까지 왔는데, 집을 떠나면서 가장 먼저 챙긴 것이 고등학교 졸업장과 여권이었을 만큼 배움에 대한 열정이 큰 분이었어요. 

지금 클라우딘은 카쿠마 캠프에서 지내던 집이 홍수로 무너져 철판과 나무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작은 컨테이너에서 신생아와 두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에 집이 있었습니다. 클라우딘의 허름한 집을 지켜주고 있는 건 작은 자물쇠 하나뿐이었습니다.

케냐 키쿠마 캠프에 살고 있는 클라우딘의 작은 집 안
클라우딘의 집 내부. 몇 평 남짓한 집과 몇 개 되지 않는 세간살이가 클라우딘 가족의 삶을 보여줍니다.
Photo: 국제구조위원회

엄마 클라우딘의 삶은 어땠나요?

제가 마주한 엄마 클라우딘의 현실은 출산 후 회복을 위한 몸조리를 하는 것이 아닌, 한 달 된 아기를 업고 한 시간 넘게 물을 길으러 가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신생아를 업고 10kg이 넘는 물통을 들고 물을 길으러 가는 그 엄마의 현실은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배급된 식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갖고 오는 학교 급식을 온 식구가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한 달 된 막내는 기저귀도 없이 천으로 감싸안는 상황이었습니다. 물이 부족해 천을 빨지도 못해 모아둔 천에서 악취와 지린내가 진동했습니다. 

그럼에도 클라우딘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눈빛을 보면서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이곳의 현실이라는 걸 깊이 느꼈습니다.

물뜨러가는 오민애 홍보대사
클라우딘 가족의 물 뜨는 길을 함께한 오민애 홍보대사
Photo: 국제구조위원회

클라우딘이 물을 뜨러 가는 길을 함께했습니다. 40도에 가까운 뙤약볕 아래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요. 도착한 곳을 보고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착한 곳은 우물이 아닌 마른  강가였습니다. 강바닥을 파내 물을 뜨고 있었던 것입니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파고 또 파서 겨우 물을 뜹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엄마 클라우딘.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그 집을 보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클라우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돌아온 클라우딘의 답변은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내 집 주소를 갖고 싶어요.”

너무나 당연한 나의 집. 그리고 주소가 세 아이의 엄마 클라우딘에게는 마음속 깊이 넣어둔 소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만들어 드리게 되었어요. 그렇게 선물해 드렸는데, 집이 넓어진 것도 아니고 그저 아이들을 지켜줄 울타리 하나 세워졌을 뿐인데도 엄마와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환해졌습니다. 

저도 그 마음에 깊이 공감됐습니다.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느낄 테니까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희망은 거창한 게 아니구나. 작은 관심과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걸요. 집 주소를 갖고 싶다는 클라우딘의 말은 지금도 제 안에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클라우딘은 힘든 상황에도 웃고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꿈꾸는 것들이 분명했던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희망을 놓지 않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엄마 클라우딘은 강인했습니다. 

오민애 홍보대사가 클라우딘의
척박한 상황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위대한 엄마, 클라우딘
Photo: 국제구조위원회

두 아이를 가슴에 묻은 엄마, 이두아

두 아이를 잃은 엄마, 이두아(29)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두아를 만났을 때 아이를 잃은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아 그 이야기를 꺼내면 눈이 금세 시뻘겋게 충혈되었습니다.

불과 두 달 전, 이두아는 영양실조로 아이를 잃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아이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져 있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밤을 지새우고 새벽 5시에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이의 숨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멈추고 말았습니다. 몇 해 전에도 임신 중 말라리아에 걸려 태어난 지 겨우 2주 된 아이를 잃었습니다. 그 아기의 무덤은 홍수에 쓸려 사라졌고,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이를 먼저 가슴에 묻는다는 건 상상조차 힘든 일인데, 같은 이유로 두 아이를 떠나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같은 엄마로서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함께 찾아간 아이의 무덤은 무덤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작은 흙 밭 같았습니다. 그런 곳에 먼저 떠난 아이를 묻는 거예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약해지고 장기와 몸이 망가져갈 때 말라리아나 후유증, 합병증 같은 걸로 아이가 죽는 거예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해외 원조가 줄면서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해지고, 캠프 안에서도 식량을 훔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잃은 것도 너무 큰 고통인데, 먹을 걸 두고 서로 다투고 훔쳐야 하는 상황까지 겪는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먹는다는 건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건데, 그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아팠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 홍보대사 오민애 배우가 이두아의 집 앞에서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영양실조로 두 아이를 잃은 엄마 이두아(29)와의 만남. 같은 엄마로서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Photo: 국제구조위원회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의 현실은 어떤가요?

카쿠마 난민캠프에는 지금 약 3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모두 전쟁이나 분쟁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인데, 정작 여기에서도 기본적인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깨끗한 물, 충분한 영양, 기본적인 의료— 이런 것들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은 여전히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엄마들은 이 악순환 속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과 ‘겨우 살아남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상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간절한 희망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됐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무사이트 병원은 어떤 곳인가요?

카쿠마 난민캠프 4지구에 위치한 아무사이트 병원(Ammusait Hospital)은 난민캠프 내 유일한 종합병원이었습니다. 입원 병상이 180개나 되고, 분만실도 운영 중인 엄마와 아기를 위한 곳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난민캠프 내 소아 수술실이 마련되어 있고, 영양실조를 위한 안정화 병동도 있었어요.

한 엄마가 아기의 손을 잡고 미소 지으며 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엄마 로잔의 쌍둥이 아이들은 1kg도 안되는 무게로 태어났지만 국제구조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무사이트 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아 몸무게가 1.4kg이 넘게 자라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Photo: 국제구조위원회

국제구조위원회는 후원 프로그램 중 의료 프로그램이 42%를 차지해요. 그만큼 생존의 최전선에서 난민들을 돕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직접 본 국제구조위원회의 활동은 모든 것이 부족한 캠프 사람들에게 정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귀중한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생명을 서서히 앗아가는 영양실조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 있었어요. 먹을 것이 부족하다 보니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정말 많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면역과 내부 장기.. 그리고 뇌까지도 파괴해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감기만 걸려도 치명적일 수 있거든요. 엄마도 아이들도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제구조위원회의 도움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난민들을 바라보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서 더 많은 지원이 카쿠마의 엄마와 아이들에게 닿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 후원하기

국제구조위원회는 케냐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1992년부터 국제구조위원회는 케냐에서 취약 지역 및 난민 지역사회에 생명을 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2023년에 국제구조위원회는 정부, 지역사회단체 및 NGO와 긴밀히 협력하여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케냐에서 57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케냐의 투르카나, 삼부루, 라무, 웨스트 포콧, 카지아도, 가리사 및 나이로비 카운티에서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케냐 보건부, 유엔난민기구 및 기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케냐 카쿠마 및 칼로베예이 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원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단기적 생존을 위한 긴급 대응을 넘어, 난민들이 스스로 회복하고 공동체를 재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어떻게 함께할 수 있나요?

많은 분들이 ‘국내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왜 먼 나라까지 가서 도와야 하냐’고 물으세요. 저도 예전엔 선뜻 답하지 못했는데, 직접 와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가난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오늘을 버티는 것조차 힘든 현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그저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버티는 것도 힘든 아이들이었어요. 밥 한 끼, 물 한 모금, 약 한 알, 병원 시설 하나가 아이의 생사를 가릅니다. 이런 상황은 지금의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도 전쟁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도움을 받으며 다시 일어선 나라잖아요. 대한민국 어린이가 미래라는 믿음으로 세계 각국이 손을 내밀어 줬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손길을 전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은 거창한 데서 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물과 음식, 안전한 잠자리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질 때 사람은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배운 건 ‘작은 관심과 나눔이 생명을 지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받았던 구호의 손길을, 이제는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 가장 기본적인 생존조차 절실한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그들에게는 엄청난 희망이 될 것입니다. 

한 엄마가 아기를 소중히 안고 볼을 대며 미소 짓고 있습니다.
한 달 된 신생아를 소중히 안고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 클라우딘
Photo: 국제구조위원회

카쿠마에서 만난 엄마들은 그냥 저와 똑같은 엄마들이었어요. 아기들을 살려내기 위해 애쓰는 엄마들의 모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지극히 저와 같은 엄마들이었습니다. 엄마는 엄마니까. 한국이든 케냐든 자식을 위해 애쓰는 마음은 다 똑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엄마들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의 엄마들이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케냐 엄마들을 만나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같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도 이 생명을 살리는 여정에 저와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엄마는 엄마니까. 도움이 필요한 엄마들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의 엄마들이 함께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원으로 어떤 지원을 전할 수 있나요?